​저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저는 2012년에 태어나 올해 아홉 살이 된 경인아라뱃길입니다.

저는 한강에서 서해로 이르는 18㎞ 길이의 인공수로입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저를 놓고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싸웠습니다. 

 '9살이 된' 경인아라뱃길

물류혁명과 레저의 명소 등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큰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환경을 파괴하고 천문학적인 돈만 써댈 것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 우여곡절 끝에 저는 결국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태어나서 화물을 실은 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관광객을 태운 배도 자주 못 봤습니다. 뱃길이라고 하지만 배가 다니지 않는 수로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뒤늦게 생긴 별명이 많습니다. 누구는 '3조짜리 자전거길'이라 불러주고, 또 누구는 '배가 뜨지 않는 뱃길'이라고 불러줍니다. 저를 가리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며 '실패한 사업'이라고 정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벌써 아홉 살이 되어서일까요. 그런 비난들에 익숙해졌습니다. 현재의 질책이 저보다는 저를 낳아준 이들을 향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분들은 저를 많이 예뻐해 줍니다. 햇볕이 따뜻한 날에는 잔디 위에 텐트를 치거나 주변에 캠핑카를 세워놓고 여가를 즐기곤 합니다.

빛나간 물길, 예견된 실패

물먹던 경인운하, ​아라뱃길로 세탁

'삽질의 시작'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경인아라뱃길은 지난 1992년 말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방수로 건설공사로 시작됐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시작한 건설사업은 3년 뒤인 1997년 민간자본유치 방식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어 추진된다.

경인운하는 2001년 임시방수로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며 본격화하려던 시기에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한다. '경인운하 건설 백지화를 위한 수도권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경제적 타당성 문제와 환경 문제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운하사업은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드러나 중단됐다. 감사원은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성을 0.76~0.96으로 봤고, 결국 2004년 민자사업 실시협약이 해지되면서 운하계획은 무산됐다.

잊혀져가던 경인운하 사업은 이명박 정권 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08년 8월 국토해양부는 기획재정부에 경인운하 수요예측 재검증을 요청했다.

이에 KDI는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해 경인운하 사업의 B/C비율을 1.065로 분석했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이 결과를 토대로 경인운하 사업방식을 공기업(수공)이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2009년 '경인아라뱃길'로 명칭이 변경돼 속도를 높였다.

사업은 정부주도로 빠르게 진척됐다. 정부는 2009년 1월 사업 시행방침을 발표하고 수로구간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끝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 뒤에 수로구간이 착공, 사업 시행방침 발표로부터 3년이 채 안 된 2011년 10월 유람선이 뜨면서 임시 개통했다.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났던 경인아라뱃길은 '수도권 물류혁명', '해양레저 활성화' 등의 허울 아래 2012년 5월 완전히 개통했다.

숫자로 보는 아라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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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어느 주말…가봤더니

3조원짜리 비어있는 인공수로 '자전거 탄 풍경'

3조원짜리 인공수로를 따라 달리는 환상적인 자전거길이 있다. 김포에서 서해 인천을

잇는 길이 18㎞의 경인아라뱃길이다. 해외를 오가는 수출입 화물선이 인천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서울 도심까지 닿을 것이라며 '물류혁명'을 예고했던 경인아라뱃길이

창대했던 시작과 달리 자전거 애호가들의 성지로만 각광(?)받고 있다.

토요일인 11월 7일, 자전거를 타고 찾은 아라뱃길에는 늦가을 쌀쌀한 날씨에도 자전거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줄지어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이들도 목격됐다. 전 구간 곡선주로와 오르막은 거의 없이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길을 달리는 라이더들의 표정은 밝았다.

자전거길 바깥쪽에는 텐트와 돗자리가 잔디 위에 형형색색 펼쳐져 있었다. 아라뱃길 푸드트럭 상인은 "코로나19로 올해는 다소 주춤했지만, 날이 좋을 때는 수㎞에 걸쳐 나들이족이 텐트와 돗자리를 펴는 등 빽빽하게 잔디밭을 점령한다"고 말했다.

아라뱃길을 왕복으로 오가는 동안 수로 위에 다니는 배는 없었다. 아라김포여객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은 작년 말까지 운행하다가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아예 중단된 상태다.

이날 거대한 뱃길을 '무료공원'처럼 이용하던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아 보였지만, 정작 아라뱃길은 공원의 기능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항만법상 물가 진입이 금지돼 있어 자전거길 주위에만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입 화물선은 물론 요트를 타고 서해와 한강을 오가며 해양레저를 즐기도록 한다던 장밋빛 청사진은 지워진 지 오래고, 2조7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아라뱃길에는 물류도 레저도 없이 자전거길만 남았다. 매년 유지관리비용으로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이 소모된다.

번거롭고 한강에서 끊어지는 뱃길…

'실패한 물류 혁명'

선박들이 등돌리는 이유

경인아라뱃길의 가장 큰 기대효과이자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물류혁명'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인항이 인천항의 기능을 분담하고 경부고속도로 물동량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운하에서 트럭 250대 분량의 컨테이너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박운송의 연료효율이 도로의 8.7배 수준이라는 자료도 제시했다.

하지만 김포터미널 컨테이너부두에 대당 60억원씩 들여 설치한 크레인 2대는 아라뱃길 개통 초기를 제외하고 사용되지 않았다. 

화물선이 아라뱃길을 오가지 않는 데 대해 그동안 전문가들과 언론은 주로 교량 통과 높이와 수심, 폭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외에서 오는 외항선이 지나다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아라뱃길 전용선박이 필요하고, 화물을 몇 차례 옮겨싣는 과정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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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항 물동량 현황

(1TEU =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헛다리 짚은 경제성 조사

KDI 보고서, 실물동량 '예측치의 3%' 그쳐

지난 2008년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인운하 수요예측 재조사, 타당성 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 보고서를 통해 경인항(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11년도 29만4천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2020년도 57만5천TEU, 2030년 93만3천TEU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경인아라뱃길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해운항만물류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경인항은 개항 첫해인 2012년도 컨테이너 실적이 1만410TEU에 그쳤고, 지난해 2만7천318TEU와 올해 9월 현재까지 1만9천543TEU(예측치의 2.09%) 등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특히 2020년도 실적은 올해 잔여 물동량이 추가된다 해도 애초 예측치의 3%에도 못 미칠 것이 유력하다.

아라뱃길 개통 이후 해양수산부는 '2016~2020 전국항만기본계획'에서 경인항의 2020년도 물동량을 KDI 예측치의 10%가 안 되는 4만6천TEU로 예측했는데, 현실은 이 예측치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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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대현·김성호·김우성 | 사진 : 김금보·김도우 | 그래픽 : 박성현·성옥희 | 영상 : 강승호 | 개발·디자인 : 박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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