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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없는 국책사업 '산으로 간 뱃길'

경인아라뱃길은 개통 이후 현재까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운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정치권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사업 추진 근거가 된 경제성 분석에 담긴 예측치는 실제와 엄청난 차이를 보였지만

이 명백한 오류 역시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꽉막힌 물길

경제성 예측치, 실제와 큰 차이
정치권·정부 입김에 '왜곡' 의심

수공, 실패 뻔했지만 제동 못해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의 추진과 보류를 결정했던 근거는 사업 타당성 연구 결과였다. 하지만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경제성 분석은 수차례 그렇지 못했다.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 채 정치논리와 맞물려 결과가 왜곡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사업을 저지할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었던 정부 산하 공기업도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실패가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업이 실패로 끝나도 명확하게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어진다는 점은 큰 문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성 분석 결과의 심각하고 의도적인 오류가 드러날 경우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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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사례 추진 시 정확한 경제성 분석을 위해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 착공부터 준공 후 일정 기간에 이르기까지 '사후환경 모니터링'이 시행되는 것처럼 준공 후 모니터링 등 추가 검증을 의무화, 경제성 분석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에 따라 야기되는 사회적 갈등을 논의하는 시스템 구축도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이 방향수정과 번복, 중단과 추진이 경제성 분석결과에만 의존한 것은 다시 말해 성숙한 공론화 논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갈등조정체계는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전 경제성뿐 아니라 사업계획의 적절성(입지·환경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회적 수용률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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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타당성 조사… 어떻게 요동쳤나

"오리배밖에 못 띄우는데"

경제성 수치 '물타기'로 부풀려

예상을 크게 빗겨난 경인아라뱃길의 경제적 타당성(비용 대비 편익·B/C) 수치는

시대요구에 따라, 또 이해관계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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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뱃길과 관련한 첫 경제성 조사는 굴포천 치수(하천 범람피해 예방)사업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지난 1988년 정부에서 진행한 굴포천 치수사업 경제성 조사 값은 1.44~1.63 선이었다. 

 

경인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태우 정권은 1990년대 초 기존 치수사업에 처음으로 운하사업을 결합, B/C가 최소 1.24, 최대 2.07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3년 건설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직전 보고서를 재검토하는 보완조사를 했다. 운하 폭은 현재와 같은 80m, 수심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3.5m로 바지선 운송 대상에서 쓰레기를 제외하고 시멘트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편익을 재산정, B/C를 기존보다 높은 2.08로 추정했다. 이 분석은 잘못된 것으로 훗날 감사원에서 지적됐다.

1994년 정부는 경인운하 건설을 민자유치대상사업으로 결정했고, 수공은 1995~96년 경인운하 기본계획 및 기본설계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운하 폭을 100m로 넓히고 수심을 6m로 더 내린 이 조사의 B/C는 최소 1.48, 최대 2.70이었다.

1997년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민자법인 (주)경인운하가 선정되는 등 운하건설이 가시화했다. 그해 당선된 김대중 정부 또한 권역별 SOC 확충 대책으로 경인운하 건설을 제시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경인운하의 경제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더해 환경단체들은 건설교통부가 경제성을 조작·왜곡했다고 주장했다.

2003년 KDI(한국개발연구원)는 B/C를 그동안과 비교해 낮은 0.92~1.28로 잡았는데, 건교부는 경제성이 가장 높은 1.28로 언론에 보도했다. 이후 감사원 재조사에서 KDI 수치보다 경제성이 훨씬 낮게 예측되면서 운하사업은 중단됐다. 하지만 참여정부 집권시기인 2004년 국무총리실은 돌연 국토해양부에 경인운하 사업 재검토를 지시했고 네덜란드 운하컨설팅사인 DHV 컨소시엄이 용역을 수행한 결과 B/C 값은 1.76(2007년)으로 다시 높아졌다.

2008년 DHV용역 보완조사에서도 B/C는 1.52로 그리 낮아지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KDI의 조사에서 1.065로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자 이명박 정부는 운하 추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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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 가로막는 각종 규정·법률 '산 넘어 산'

국내 유일한 '그린벨트 항만'…물 샐 틈 없는 규제

경인아라뱃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만에 그린벨트가 적용되는 등 곳곳에서 중첩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먼저 아라뱃길 주변은 전 구간에 걸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연녹지여서 시설물 규모와 용도에 제한을 받는다.

김포 방향으로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구간은 전방위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맞물려 인구집중유발시설 도입에 제약이 따르며, 김포터미널 주변은 김포공항의 영향으로 광범위하게 고도제한을 받는다. 아라뱃길 일부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도 묶여 있다.

경인항(인천·김포터미널)은 '항만법'에 따라 무역항으로 지정돼 있다. 아라뱃길로 화물선이 거의 다니지 않았으나 김포터미널은 엄연히 항만 자격을 유지, 아라뱃길 레저 활성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할 김포 아라마리나 핵심 부지에는 오로지 항만관련 시설만 들어올 수 있다.

레저 측면에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제약은 물가 접근 통제다. 항만법상 아라뱃길 방문객들은 18㎞ 구간 어디에서도 물을 만질 수 없고 낚시조차 금지돼 있다. 수로 옆에서 야영과 취사도 불법이다.

아라뱃길에는 또 해사안전법상 해상안전교통에 장애가 되는 레저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해양레저활동 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해사안전법과의 충돌로 아라뱃길 수상레저 활동은 경인항 양측 터미널 구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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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라뱃길은 기능 재정립을 추진하기에 앞서 규제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예컨대 공항철도 이용객 및 인근 주민을 흡수할 만한 중간선착장을 건립하고 그곳에 문화관광을 활성화하려 해도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강 이용을 놓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서울시와의 입장 차이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과거 서울시 요청을 반영해 갑문과 수로를 대형 국제여객선 운항이 가능하도록 조성했다.  

그러나 2013년께부터 서울시는 한강 내 임시선착장 사용, 수심 미확보구간 준설, 항로지정, 공용선착장 건설 등 대형 선박 운항에 필요한 추가 사항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라뱃길 유람선의 한강 진입문제는 지난 2016년 국무조정실 규제개혁 과제로 선정돼 서울시와 인천시가 참여한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됐다. 이듬해 이 협의체는 서울·인천시 공동으로 아라뱃길 선박의 '여의도 기항' 타당성 검토 용역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서울시 자문기구인 한강시민위원회가 신곡수중보 철거방안의 용역 포함을 요구하고 선박 운항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민관협의체 자체가 중단됐다.

​경인아라뱃길 지역인식 조사

대상 : 인천시 계양구·서구·부평구, 김포시 고촌읍, 부천시 거주 만19세이상 성인남녀 606명
조사기관 : (주)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방식 : 전문조사원에 의한 1:1면접 설문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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